참혹한 이라크 전장의 기억…늘 공포에 떨었다
참전 용사들은 전쟁터에서는 살아서 돌아왔지만, 고통에 시달리며 살고 있다. 죽음의 공포를 느낀 뒤 얻은 정신 질환 때문이다. 지난 19일 발생한 가디나 존속 살인 사건의 용의자 니콜라스 김(30·한국명 현오)도 이라크전 참전후 정신 질환을 앓다가 극도로 악화돼 어머니를 살해하기에 이르렀다. 지난해 USA 투데이는 참전 용사 3명 중 1명꼴(31%)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에 시달리고 있다며 그 심각성을 보도한 바 있다. 신경정신과 전문의들은 PTSD를 '전쟁, 고문, 자연재해, 사고 등을 경험한 후, 반복적으로 공포감을 느끼는 질환'으로 정의하고 있다. 환자들은 공포에서 벗어나기 위해 에너지를 소비하는데, 대부분 비정상적인 행위를 한다. 심할 경우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하다. 니콜라스의 지인들에 따르면 니콜라스는 전투 병사 중에서도 최전방으로 나서는 수색 병과 소속이었다. 또 극한 공포심을 불러일으키는 지뢰 제거 대원으로도 활약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니콜라스의 경우는 PTSD가 악화돼 피해망상정신분열증으로 이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2013년 니콜라스의 치료를 맡았던 롱비치 소재의 병원 관계자에 따르면 니콜라스의 상습적인 마약 복용이 PTSD를 피해망상정신분열증으로 악화시켰다. 이 관계자는 "누군가 자신을 죽이려한다는 말, 차에 탑승했을 때 창문을 옷으로 가리고 몸을 숨기는 행위 등이 정신분열증의 전형적인 증세"라고 설명했다. 니콜라스의 치료 과정을 도왔었다는 한 지인은 "니콜라스는 전쟁터에서 야밤에 습격을 받았다고 했다. 동료가 죽어나갔고, 자신도 다쳤다고 했는데 아마 그 기억이 큰 고통을 준 것 같다"고 말했다. 많은 참전 용사들이 니콜라스와 같은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1년 동안 아프가니스탄 전투 현장에 파견됐던 박훈(27)씨는 "특히 다친 경험이 있는 동료들은 별일 아닌 상황에도 심하게 놀라고 무서워 했다. 폭격을 당했던 병사들은 하늘에서 까마귀가 날아와도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말했다. 신경정신과전문의 조만철 박사는 "전쟁터에서 경험한 죽음에 대한 공포는 처음에는 불안증이나 우울증으로 작용하다가 PTSD 증세를 보인다. 심할 경우 피해망상정신분열증이나 착란증 증세로 이어진다"며 "전쟁 영웅으로 알아주지도 않고, 참전 용사를 바라보는 사회의 냉담한 분위기가 이들을 점점 더 힘들게 하고 있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전역한 참전 용사들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방법도 제한적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니콜라스도 지난해 상태가 악화되자 재향군인 병원에 입원 신청을 했다. 그러나 병원 측은 1년 6개월을 기다려야 입원이 가능하다는 답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숨진 김씨의 성당 교우는 "정부가 방치한 것과 같다. 보다 적극적으로 유공자의 어려움을 해결하고자 나섰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세진 기자